보편주의(Universalisom)는 사전적으로 "모든 개별적 사물의 밑바탕은 보편적 일반성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개별적 현상보다는 보편이 참된 실재라고 보는 태도(표준국어대사전 발췌)"를 의미합니다. 미야모토 타로(1999)는 보편주의를 사회복지행정에 적용하여 크게 체제 차원의 보편주의와 정책 차원의 보편주의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체제 차원의 보편주의란 모든 시민에게 각 분야의 서비스나 급부의 수급 자격이 골고루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실화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앞으로의 글에서는 정책 차원의 보편주의를 중심으로 선행연구를 알아볼 것입니다. 극단적 형태의 보편주의적 복지제도인 기본소득이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의미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1. 할당원리로서의 보편주의 :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1)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언뜻 정반대의 단어처럼 일상적으로 사용되고는 합니다. 다양한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단체에서 타 단체와의 차별을 주기 위한 대표의제로 이용되는 것도 흔한 일입니다(윤홍식, 2011). 그러나 실제 보편주의는 경우에 따라서는 선별주의와의 경계조차 불명확한 것이 사실입니다(미야모토 타로, 1999).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단순히 어떤 것으로 정의되고 서로를 반대 할 만큼 확정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은 각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상급식'으로 대표되는 '무상복지'에 대한 논쟁에서 보편주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시작된 보편주의 논쟁은 그 본질에 대한 것보다 정책 시행을 위한 재원, 포퓰리즘 등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때문에 각 정치 사회단체들은 보편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본인들의 입장에 맞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는 각자의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단어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 사례는 복지이슈를 정치·사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시킨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실제 2010년 이전까지 복지 할당원리와 관련한 연구는 매우 미진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사회복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2) 보편주의의 모호성 : 일정 수준의 선별(여과)을 포함하는 개념
보편주의는 언뜻 보기에 자산조사와 빈곤층에 대한 표적화(targeting) 없이 모든 시민을 조건 없이 포괄하는 단순한 정책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정책에서의 보편주의 개념은 실제 매우 복잡한 논란을 내제하고 있습니다(윤홍식, 2011). 보편주의가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논쟁적인 용어이며(Anttones and Sipilan, 2009) 복잡한 논의를 포함한 다차원적 개념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학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보편주의란 모든 사람에게 사회적 권리로서 급여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득과 자산조사는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이러한 점에서 보편주의는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포괄적이고 사회통합에 효과적인 할당원리입니다(강욱모, 2018). 여기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의 대상까지를 포괄하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현재 아무 조건 없이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사회복지정책은 없습니다. 아직 정책적으로 실현된 바 없는 기본소득을 제외한 대부분의 복지정책은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기여여부 또는 소득과 자산조사에 근거해 대상을 표적화 하거나 선별하는 여과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기여여부에 따라 대상을 선별하는 복지정책을 넓은 의미에서 보편주의적 복지정책이라고 부릅니다(윤홍식, 2011). 특정 여과장치를 통해 대상을 선별하는 복지정책이 넓은 의미에서 보편주의라 불리는 것이 언뜻 이상해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선별이 정확하 어떤 대상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 것인지에 대해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3) 선별주의의 정의 : 집합주의와 개인주의
선별주의 할당원리의 개념을 정리한 것으로는 Cilbert와 terrell의 연구가 유명합니다. 이들의 연구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대상으로한 여러 논문들에 인용되고 있습니다. Gilbert와 terrell은 국가가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집합주의(collectivism)와 개인주의(individualism)로 분류했습니다. 국가의 역할이 커짐에 다라 개인의 운명이 국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집합주의적 관점이라 정의했습니다.
집합주의적 관점에서 개인의 위험은 사회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보편주의자들은 집합주의적 관점에서 이러한 사회의 구조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구성원들의 생활에 사전 개입하여 안정적인 삶이 유지되도록 사회정책을 구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반대로 개인주의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위험이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선별주의자들은 끝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갈 수 없는 무능력자나 능력부족자만을 선별하여 개입하는 사후 접근의 방식을 고수합니다. 다시 말해 보편주의가 사회적 권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선별주의는 개개인의 욕구에 따라 대응하는 것을 특징으로 합니다(이태수, 2011). 이때 개인의 욕구를 판별하는 주요한 방법은 소득조사입니다(Gilbert and terrell, 2006). 결론적으로 소득조사에 의해 판별된 개인의 욕구를 사후적인 급여지급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선별주의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4) 선별주의(selectivism)와 잔여주의(residualism)의 구분
앞서 살펴본 개념 정리가 곧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할당원리에 대한 절대적인 합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살펴본 개념 정리에서의 선별주의(selectivism)는 사실 선별주의라기 보다 자산조사로 대상의 욕구를 판별하는 잔여주의(residualism)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선별주의가 인구사회학적·기여에 따른 여과 등의 부분에서 넓은 의미의 보편주의에 포함된다면, 잔여주의는 자산조사를 기초로 욕구를 파악하여 대상을 선별하는 좁은 의미의 선별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편주의와 명확하게 대립되는 것은 소득과 자산조사에 기초한 잔여주의입니다. 자산조사를 통해 엄격히 선별된 복지 기준선 이하의 국민들에게만 혜택이 주어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공공부조가 이에 해당됩니다. 자산조사를 기초로 복지자원을 할당할 경우 개인의 빈곤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가정·시장 등에 맡기고 국가는 잔여적인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이 경우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되고 개인은 복지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개인의 가난을 증명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급여에 대한 욕구(Needs)에 더해 그 욕구를 지급 주체로부터 승인받아야 합니다. 잔여적 복지는 복지자원을 당연한 권리로서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가정의 부족함을 먼저 증명받고 서비스를 시혜 받는 형태로서 보편주의와 명확하게 대립됩니다.
그에 반해 자산조사를 기초로 하는 잔여주의를 제외한 선별주의는 넓은 의미에서 보편주의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가령 인구사회학적 선별에 기반한 복지정책들, 예를 들어 만6세 이하의 아동을 선별하지만 연령 조건만 충족하면 모두 수급 대상이 되는 아동수당이나 개인의 기여 여부에 따라 수급대상이 정해지는 건강보험은 선별주의가 아닌 보편주의 복지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보편주의와 반대에 있는 할당원리는 소득과 자산조사를 기초로 하는 잔여주의입니다. 선별주의에서 잔여주의를 분리하는 순간 선별주의는 보편주의와 대립하는 원리가 아닌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상생의 관계로 정리될 수 있습니다.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관계에 대해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윤홍식(2011)은 "정책의 대상으로서 보편주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닌 인구집단의 포괄범위에 따른 연속적 개념", "보편주의는 선이자 당연히 추구해야 할 이상이고, 선별주의는 악이자 궁극적으로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합니다.
김연명(2011)은 "보편주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보편주의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특수주의'와 '선택주의'와 함께 존재해야 생존할 수 있다. 없어져야 할 것은 잔여주의이다" 라는 Attenoes and Sipilan(2009)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습니다.
이태수(2011)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될 때 경제적 능력이 있고 없음을 따지지 않고 급여제공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보편주의, 자사놎사를 거쳐 경제적 능력 유무로 급여 대상을 따지는 것을 선별주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모든 시민을 포괄하는 복지정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복지서비스는 개인의 욕구에 근거하여 실행되며 소득과 자산조사를 통해 대상을 선별하지 않는 정책은 보편주의에 근거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복지정책의 최대 화두인 기본소득은 극단적 형태의 보편주의 정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은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우선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할당원리의 측면에서의 정의를 구분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기본소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본 개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라겠습니다.다음 글에서는 급여수준의 측면에서 보편주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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