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시위와 서울시의 강경 대응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은 12월 12~16일 5일간 출근시간대 서울지하철 4호선에서 휠체어 시위에 나섭니다. 특히 오늘 14일에는 4호선 삼각지역에서는 한때 7분 30초 가량 지하철 열차의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교통공사는 시위에 대한 대응으로 삼각지역 무정차 통과를 최초로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전장연 시위는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주 벌써 3번째 시위임에도 지하철 무정차 통과는 처음이었습니다.
서울시는 전장연 지하철 시위가 예고되자 이미 지하철 운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경우 무정차 통과를 시행할 것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출발 지연이 되는 등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생기자 무정차 통과를 시행한 것입니다. 전장연에서도 처음 겪어보는 대응이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강경하고도 단호한 태도였습니다.
저는 이번 시위와 대응을 보며 최근 있었던 화물연대 파업사태가 오버랩되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과 정부의 강경 대응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최근 보름이 넘는 집단운송거부를 통한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16일 동안의 파업은 자진 철회로 끝이 났습니다. 그 과정을 보면 더욱 처참한 결과가 도출되는데, 파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투표에서 전체 유권자의 20%도 채 넘지 못하는 투표율 밖에 나오지 않았고 그 투표 와중에도 파업을 철회하자는 의견이 60%를 넘어가며 사실상 화물연대 구성원의 대부분이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안전운임제란?
안전운임제는 간단하게 얘기하면 특정 화물업종에 종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당시와 계약 이행시의 기름값에 차이가 난다면 차액만큼의 기름값을 보전해주고, 무리하게 일을 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급여를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화물차의 경우 국가산업과 관련이 깊은 업종이고 무리한 업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사회적 파급이 너무 크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의 이유
화물연대의 파업은 안전운임제의 사수가 핵심이었습니다. 안전운임제는 현재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을 대상으로만 시행되었고 2020년에 3년을 기한으로 도입된 제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운임제는 곧 종료될, 일몰 예정의 제도였습니다. 정부에서는 안전운임제를 3년을 더 연장하는 제안을 했으나 화물연대에서는 현재의 대상 품목을 컨테이너/시멘트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줄 것을 추가로 요구하며 파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정부의 강경대응 : 업무개시명령
정부에서는 운송거부 파업 화물차주들에게 '업무개시명령'으로 맞섰습니다.
사실 화물차를 대상으로 하는 안전운임제와 유가보조제 같은 정책들은 화물운송사업이 국가산업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차법에 따르면 긴급한 경우 정부는 화물차주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업부개시명령을 받은 화물차주들은 즉시 업무를 개시해야하고 거부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것도 지하철 무정차와 같이 처음 시행된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는 비조합 화물차주의 운행을 방해한 화물연대원들을 대상으로 형사고발을 하는 등 법과 원칙을 중심으로 하는 대응으로 맞섰습니다.
두 사건이 엄청 비슷하지 않은가요?
달라진 복지의 위상
불과 몇 년 사이에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 왜냐하면 인권에 대한 인식은 날로 강화되고 있고 교육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수자를 향한 차별의, 비판적인 시선 역시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보수/진보 중 어느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사회적 분위기가 변함에 따라 정권의 집권당이 바뀌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인권이 강조되고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던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진보정권이 들어섰고 10년의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어려운 사회 분위기에서는 다시 보수정권이 집권하여 10년의 집권을 이어갔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정권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두 가지 중요한 지표가 바로 국방과 복지입니다. 국방은 북한을 대하는 태도이고, 복지는 사회적 자원을 효율과 공평 어디에 초점을 두고 분배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인해 나 하나의 안녕에 집중하는 분위기입니다. 왜냐하면 여러 해에 걸친 혼란 속 남을 배려할 만한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집단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의 상황 속에서는 복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힘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언젠가 사회 분위기는 또다시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선진국형의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강력한 노동조합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북유럽형 복지국가 체제에서는 무조건 필요한 존재가 바로 강력한 노동조합입니다. 북유럽에서는 심지어 직원의 채용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의 의견을 묻는 정도로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합니다.
각 나라마다 경제 상황과 사회 분위기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저도 현재의 화물연대나 전장연의 파업과 시위가 올바르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회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대화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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